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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안 하신 디테일 나왔습니다

채용 공고 잘 쓴 회사에 호감이 가요

 호기롭게 퇴사한 후, 혹은 퇴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아마 채용 사이트일 겁니다. 저 또한 매일 원티드나 로켓펀치, 더팀스를 들락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잘 쓴 채용공고를 보면 몰랐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 괜찮다!' 하며 호감이 생기기도 하고, 성의 없는 공고를 보면 '여긴 사람을 뽑고 싶은 거야 아님 뽑기 싫은 거야?' 하며 의문이 생기기도 해요. 

 

 그렇다면 과연 '잘 쓴 채용 공고'란 어떤 걸까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가 채용 공고를 보면서 생각한 잘 쓴 공고의 특징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회사 소개, 안 볼 것 같지만 다 보고 있어요. 

 재직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기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구직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가 정말 많아요. 직무를 보고 공고를 클릭했는데 회사 소개가 잘 나와있으면 내적 친밀감이 생깁니다. 물론 구직자가 직접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장님 인사말이나 회사의 이력, 성과를 찾아볼 수 있겠지만... 공고에 회사의 비전과 하고 있는 일들이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의 형태로 쓰여있으면 더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한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글 중 일부입니다. 뭐 하는 곳인지, 꿈과 열정을 지닌 인재들이 지원하라는데 어떤 꿈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면 될지 아무런 가이드가 없어요. 

 

 또 가끔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다짜고짜 회사 매출액만 자랑하는 공고들이 있는데요.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셨겠지만 남의 눈으로 보면 솔직히... 어쩌라고... 하는 생각밖에 안 드니까 회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좀 가미해서 자랑해주세요!

 

원티드랩 채용 공고

 원티드랩의 채용 공고입니다. 회사의 비전은 무엇이고 그래서 어떻게 성장해왔고 지금은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는 무엇을 할 건지가 한눈에 보여요. 투자받은 정보와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부분을 보면 이 회사가 쉽게 망하지 않겠구나, 탄탄한 회사겠구나 하고 신뢰가 갑니다.

 

 이런 소개글은 보기에는 쓰기 쉬워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써보면 짧은 분량 안에 많은 내용을 정확하게 담기 어려워요. 정보를 얼마나 공개할 건지 정해야 하고,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써서 구직자들이 쉽게 이해해야 하고,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도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인지 채용 공고에서 회사 소개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구직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회사 소개가 간단하게라도 있을 때 훨씬 마음이 가고 신뢰도 생기고 이해하게 됩니다. 구직자의 마음을 붙들 수 있는 효과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을 하면 되죠?

 언제 어디서 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닐까요? 그런데 가끔 보면 업무 소개를 정말 간단하게 써둔 곳이 참 많습니다. 아까 살펴봤던 공공기관 채용 공고의 다음 부분을 같이 볼게요. 

 

 놀랍게도 이 한 줄이 전부랍니다. 그래요, 보조업무인데 도대체 그 '보조업무'가 무엇일까요? 검사소에 온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일인지, 접수받는 일인지, 접수증을 나눠주는 일인지, 아니면 접수 방법을 안내하는 일인지, 사무실을 청소하는 일인지, 전화받는 일인지... 지원자 입장에서는 어떤 일을 할지 몰라 불안합니다. '고객 응대 및 전화 업무' 정도만이라도 써놨다면 지원자들이 덜 불안해하고, 적성에 맞는 사람들이 지원할 가능성이 커질 텐데 말이에요.

 

 이번에는 당근마켓 채용 공고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나와있어요. 쭉 읽어보면 이 일을 하는데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그려집니다. 물론 자세한 업무 내용은 입사한 후에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불안하진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할지 미리 알고 있으니까요. 

 

 

야근 하나요?

 그 회사 직원을 알지 않는 이상, 외부인이 회사의 문화를 알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채용 공고에 나와있는 '야근 없습니다', '자율적으로 야근하는 분위기입니다', '주에 1회 정도 야근이 있습니다'는 아주 소중한 정보예요.

 

 코끼리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동물원에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동물원에 딱 한 마리뿐인 코끼리가 임신중이어서 볼 수 없대요. 이런 정보는 관광객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채용 공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가 있어서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사람이거나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정보가 꼭 필요할 거예요. 물론 면접에서 야근을 얼마 정도 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지만, 채용 공고를 읽고 이력서와 자소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시간, 면접관들이 업무를 미루고 면접을 보는 시간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서로 시간 낭비인 것 같아요. 아래는 원티드의 채용 공고인데 자세히 잘 나와있어서 좋은 예시로 가지고 와봤어요.

 

이렇게 자세히 써준다면 참 좋겠지만 안 된다면 근무시간에 대한 언급만이라도..

 

 

좋았던 콘텐츠

 이번에는 공고를 보면서 좀 특별하게 와닿았던 콘텐츠들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첫 번째는 팀원에 대한 이야기에요. 위 사진은 퍼블리의 채용 공고인데, 팀 리더 분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어요. 구직자들이 늘 품고 있는 '입사하게 되면 상사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줘요. 구직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도와주는 세심한 마음이 보여서 좋았어요. 

 

 두 번째는 연봉 정보에요. 요즘은 약속이나 한 듯이 연봉을 공개하지 않잖아요. 여러 가지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정말 정말 궁금하거든요. 자기가 생각한 연봉 최소 한계선도 있을 거고요. 어떤 일을 시킬 건데 얼마 줄지는 말을 안 해준다는 것은 당근마켓에 상품 가격 비공개로 올려놓고 '연락 주시면 얼만지 알려드릴게요'랑 똑같은 것 같아요.

 

 연봉은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그 직무, 직책에 줄 수 있는 연봉 테이블은 있을 텐데 말이에요. 가끔 연봉 정보를 시원하게 공개하는 회사들을 보면 멋있더라고요. '다른 회사들은 숨기기 급급한데 여기는 대놓고 알려주네? 테이블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투명한 회사구나' 하는 이미지가 따라와요. 

 

 가끔 성의없는 채용 공고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상품 하나 팔 때도 이렇게 성의 없는 설명서는 안 만들겠다'. 상품 상세페이지 한 개도 정성들여 만드는데, 사람이 오는 일이라면 조금 더 세심하게 만들어주면 어떨까요. 잘 쓴 채용공고는 구직자들이 보기 좋기도 하지만, 결국은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그럼 구직자의 한탄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전국의 모든 취준생들 화이팅!!!!!